32년간의 비밀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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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시나요? 채변봉투
개인위생을 믿지 못하는 국가가 직접나서 위생관리(뱃속 벌레퇴치)를 한다며 결과발표 때마다 전국의 학생들을 떨게 했던 대표작품.
(폭풍검색해보니1960년대~2004년까지 초중고 학생에게 시행했다고...)

매년 봄이 되면
바로 같은반 친구들의 결과물을 홀로 집대성해야 하는 담당인 주번이 선발되죠.

저학년때는 몰랐었죠. 매년 돌아오는 이 공포의 주번선발.

6년 내내 피해갈 수 있었는데..
마지막 졸업의 해가되어 결국 제가 하늘의 부름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반의 담임선생님은 아리따운 미혼여성이셨습니다.
운명의 그날..
한명도 빠짐없이 제출해야 했던 똥봉투는 꼭 빼먹는 아이들이 있어서 하루 종일 교실에 향기가득 품어내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코를 틀어막고 학업에 열심히 집중하고자 했지만 인간의 오감은 역시 장애물을 헤치고 완벽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죠.

그런데 1518!(아침부터 숫자를 써서 죄송합니다.그런데 이어지는 내용을 보시면 제 심정을 이해하시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하교때까지도 제출하지 못한 아이가 있었습니다.(이게 머 힘준다고 다 해결되는것도 아니고..)
예쁜선생님을 비롯하여 우리 모두에게 다음날도 이런 시련을 견뎌야하는....
(그런데 웬지 느낌이 안좋은...건 머지?)

선생님은 비장한 표정으로 다 걷을때까지 책임져달라는 특명을 제게 주셨습니다.
(그 말은 이 공포의 봉투를...집에 가져가라는 얘기였습니다.)

'아! 진짜 왜 내게 이런 시련이....'
하늘이 원망스러웠지만 빌어먹을 이 용기와 책임감.

봉투끄트머리 최대한 조금만 잡고
집으로 가던길에(왜 이리 먼건지)
글쎄 '툭'
떨어뜨려 흘려버렸습니다.

이토록 참담한 심정은 진짜 겪지 않은 분들은 모르실겁니다.

3명..........그들을 죽도록 원망했습니다.

허걱! 그런데 몇개가 비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잃어버렸다고 혼나게될 걱정보다
몇 일 동안 다시 걸려있을 봉투를 책임져야한다는 공포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다행히 여분의 종이봉투가 들어있었습니다.
(어차피 갯수만 채우면 되니까...)
강아지의 도움으로 갯수를 채워 완전범죄를 기획했고 다음날 세명의 원수들까지 내서 양호선생님께 모두 완벽하게 인계하였습니다.

당시는 군인이 대통령이던 시절로 절대복종 결과중심으로 대부분 많은 제도가 그렇게 돌아갔었죠.

며칠 뒤

수업을 마치고 종례를 하기전 선생님은
세네명을 호명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유도 모르고 나왔던 아이들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회충제를 먹는 수모를 겪어야했죠.
(지난번 포스팅 보셨으면 눈치채셨겠지만 부잣집애들이란게 워낙 상상도 못할 상황이랄까....)

저는 진짜 강아지에게도 회충이 있다는걸 꿈에도 몰랐습니다.
절대로 말할 수 없는 상황에 입을 굳게 닫고 말았습니다.

담임선생님도 매우 창피하신 표정으로
"우리반이 제일 많았어요"라는 말씀을 남기고 사라지셨습니다.

비록 30년이 넘었지만 이제라도 양심선언해서 이땅의 정의를 위해 용서를 구하렵니다.
"미안하다.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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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강아지였군요 ㅎㅎ예전에 저희 부모님께 채변봉투 이야기를 들었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ㅎ

그럼 @gichan님도 제출해보지 않으셨는지..
그래서 당시 여자아이들은 담당자에서 항상 제외되었었죠.
이건 남녀평등의 대상이 아니라고 항상 남자담당 XD

ㅠㅜ남녀평등...

아하하하 드리마에서나 있는줄 알았던 채변봉투 채워넣기를 소철님께서 하셨군요. ㅎ

부스트유님 댓글 달다보니 나만 그런것 같아서 더 면이 팔리는 느낌입니다.
이상하네 많이들 그랬을줄 알 알았거든요 ㅜㅜ

서로 나누는 기부도 하고
나만 그랬나 ㅜㅜ

하하하.. 저도 뭐.. 나름 국민학교 세대였기도 했고요. (졸업은 초등학생이었습니다.)
국민학교때는 오전 오후반으로 나뉘어서 있기도 했습니다. 하하

소설의 한편같은 이야기인데요. ㅠㅠ... 어린나이라지만 아이들이 굉장히 민망했겠군요

지금은 웃지만 네 당시에는
봉투를 들고다닌 저나 호명되어 나온 녀석들이나
그랬었죠 ㅡㅡ

저는 소변검사하는 것도 엄청 챙피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왜... 항상... 소변검사할 때는 골리앗같은 담임 선생님이 아닌... 아리따운 보건선생님이 하시는 걸까요...ㅎㅎ 아무튼 채변봉투의 에피소드 정말 재미있었어요~

다들 겪었던 동시대 이야기지요 ^^
다만, 저는 운반,분실로 인한 내용이 더 있는거구요.
그때 앞에 나왔던 녀석들이 알게되믄
지금이야 웃겠지만 당시였음 아휴~

ㅋㅋㅋㅋㅋ 저도 똑같지는 않지만 비숫한 ㅋㅋ

혹시 @robert76님도 주번이셨나요?
아니면 약묵는 경험을? ^^
지금에서야 웃지만
당시에는 정말 심각한 일이었다는 ㅡㅡ

어릴적 티비에서 해주던 만화 검정고무신에서만 보던 이야기였는데 직접 들으니 웃기네요ㅋㅋ

현장에 계셨음 극강 하드코어 스릴러이셨을 겁니다.
말이 이렇지 어어엄청 긴장했었어요. ㅡㅡ

아침먹고보길 잘 했네 ㅠㅠㅠㅠ

아! 아깝다
꼭 콘님이 그 전에 보시게 만들었어야 하는건데 ^^

앗ㅎㅎㅎㅎㅎ 예전에 어떤 분께서 키우던 강아지 응아를 제출했다가 난리났던 에피소드를 한 번 얘기해 주신 적이 있어요ㅎㅎㅎ 저는 대변검사를 해 본 적은 없지만.. 담당 주번이라니.....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역할이네요..ㅎㅎㅎㅎㅎ

오~ 그분 누구실까요?
저랑 똑같은 짓을 ㅋ
그런데 가나님 당시에는 정말 기본적인 분석만 했나봐요
충이 있나 읎나만 확인하는
그러지 않음 알았을것 같기도 한데 말이죠.

저도 국딩 때 해본 기억이... 베란다에서 신문지를 깔고... 소독저를 ...

아~
'채변의 추억'이군요 ^^

군대이야기 다음으로,~ 내심 공감을 티내면, 연령이 들키까 걱정되어, 어떻게 하면 공감하면서, 티 안나게 할까를 고민했습니다.
"저는 공감하지만, 저는 그 시대를 반만 겪었습니다.^^ ;"
너무 궁색했나요.^^; 흐흐흐;;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 오늘 포스팅해주신 일상, 그리고 추억의 이야기를 글로 써내려가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생각을 또 한번 해봅니다. )

@skt1님 다 유추됩니다 ㅎㅎ
공감을... 아~ 그런것도 있었군요 라고 하실걸 ^^

오늘은 재미로만 읽어주시기 바랬습니다.
일상 생활로 뭐 교훈 이런것 드리기가
제 전공이 아니라서요 ㅎㅎ

I read it, following your story, which I do not understand yet, is this your childhood story or is it a figurative language story?

Every story you make is interesting, and full of motivation.
You are a good person @sochul

@rizaldamti My friends
This posting is when I was in elementary school.
I have to worry about posting in English in the evening.
I do not know if there was such a case in foreign countries because the content is so Korean
I do not know if those who read it can sympathize.

Ooh , yes my friend
May be this post very korean

I hope every body when reading this post can sympathize

Is you was look a new my post about steemit-toilet?

ㅎㅎㅎㅎㅎ 그런 비하인드가 있었다니.. ㅎㅎ 저도 초등학교때 채변 봉투 제출 했던게 기억이 나네요 이상하게 왜 그날만 되면 화장실을 못갔는지 ㅎㅎ
지금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데 그때만 되면 불안초초에 결국은 항상 당일 아침 엄마가 대신 희생해주셨던게 기억이 나네요~ 히히

허걱
엄마가 희생을 해주셨다는 대목에서 넘어질뻔 했습니다 ㅋ
윈래 모든게 그렇죠
긴장하면 될 것도 안 더더라는.
시험보러가면 아는데 기억나지 않는 그런것 처럼 말이죠 ^^

친구가 안나오는 친구를 위해 남은걸 주기도 했다는 ㅋㅋㅋ

ㅋㅋ 품앗이였군요.
그런데 숫기없는 애들은 빌려달라는 말을 못했었죠

그럴지도 모르죠 ㅋㅋㅋ

저도 채변검사 했던 기억이 아른거리네요. 조립 장난감 만들고 남은 뼈대(건담이나 이런거 부품 하나하나 달려 있고 그거 때면 남는 틀같은거 있죠?)로 저의 그것을 떠서 봉투에 담은 기억이 있습니다.
되게 옛날이라 생각되는데 생각하면 엊그제 같아요. 강렬한 기억은 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그렇게 채취(?)하는게 어린 나이에 정말 곤혹스러웠는데... 아련하네요

다시 돌아가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글입니다.

@patriotic님 덕분에 오후시간 목이 넘어가도록 웃었습니다. ^^

다시 돌아가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글입니다.

뭐라고 답변드려야 하나?
넵 분명 더 잘 하실 수 있으실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득이 한 경우를 제외하고 하실 기회가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ㅎㅎ

ㅋㅋㅋㅋㅋ 아침부터 재밌는 글이네요 ㅎㅎㅎ

@kimhyeran님 재미지게 보셨다면 제겐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포스팅을 하며 재미진 시간 되시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
오늘 남은 하루도 즐거운 시간 되시기를요~

강아지의 해충 ㅎㅎㅎㅎㅎ강아지것?으로대신하셨다는 뜻맞지요 ㅎㅎㅎ오늘은 재미있는 글 :) 감사합니다 ㅎㅎ

약묵은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도 그날은 생산이 불가능해서 그만 ㅜㅜ

이제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봐줄까요?
다음 동창회때 고백할지말지 고민 해봐야겠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심에 저 또한 감사드립니다.

ㅎㅎㅎㅎ 재밋는 추억이네요^^
예전에는 채변행사가 학교에서 1년에 한번씩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하는지 모르겠네요~ ㅎㅎㅎ
30년 후에 양심선언하고 용서를 구하는 용기가 대단하시네요~
재밋는 추억 공유로 잠시 웃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weeeh님 스팀잇서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
팔로우가 되어있지 않으셔서 제가 해놓았습니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누가 불려나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동창회에 나오는 녀석들 중 하나라도 있다면 지금도 두들겨 맞을듯 합니다. ^^

하하하 !!!! 저도 어릴때 저학년때 채변했던게 기억나네요. .
엄마에게 해달라고 했는데. ㅎ
갑자기 추억이 소환되었네요. ㅎㅎ
잊고 있었는 채변봉투 정말 하기 싫었는데.

샤인님도 기억을 하시는군요
나이를 미루어 짐작해볼수가 ㅎㅎ
이거 좋아했던 친구는 본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젤 쎈걸로 경험하고 ㅜㅜ

앗 제나이를 소철님보다 조금 어린거 같네요.. 아님 제가 많을까여//?
ㅋㅋㅋㅋ 가방에 넣어가는 날은 정말 기분이 최악이었는데. ㅎㅎㅎㅎ

아! 가방에 ㅜㅜ
쐐기를 박아주셨습니다 @lovehm1223님 ^^

허허 저도 초등학교 저학년때는 변 검사를 당했(?)었는데;;; 어느 순간 하지 않더군요. 그런데 2004년까지 계속했다라!? 음....

@smithkim님도 당하신 기억이 있으셨다면 연식이.. ^^
개인정보 유출 때문이었을까요?
뭘 먹었는지 ㅎㅎ
재미로 보아주시기를 바랬습니다 오늘은 ^^

ㅎㅎ 기억이 새롭네요.ㅋㅋ 잘 읽었습니다.

역시 동시대를 겪으신 @musicholic님 감사합니다.
요따구 이야기에도 공감해주셔서 ^^

채변봉투라...제 세대는 상상도 못 할 일이네요..ㅋㅋㅋ

오~ 역시 게임워리어님도 ^^
그래도 공감하시는 분들이 꽤 계실거라는 ㅎㅎ
일부러 반응하지 않으시고
혼자서만 씨익 웃고 계신 분들도 계실거라 ㅎㅎ

ㅋㅋㅋㅋ 저는 영화로만 봤었는데 실감이 나질 않네요..ㅎㅎ
저도 그냥 씩 웃고 지나가려다 계속 보고 있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웃겨서 댓글을 달게 되었어요~^^

맞습니다!
항상 시간안에 해결을 못하는 사람이 꼭 있어요 ㅎ
당시 주번의 책임감이란 ㅎㅎ..
30년간의 소중한 비밀
조심스럽게 나왔네요
재밋는글 잘읽고 갑니다~

네 정말 최선의 노력을 다 했는지 당시에는 정말 원망스러웠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

ㅋㅋㅋ아침에 변을 봐가야하는걸 깜빡해서 길가에 똥개 변을 가져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소철님은 그보다도 더한 끔찍한 경험(?)을 하셨군요... 저도 아침먹고봐서 다행입니다~ ㅋㅋㅋㅋ

참으로 다행입니다
식사를 하고나서 보셨다니 ㅎㅎ

아내가 먼 덩얘길 다 쓰냐고 ^^
이런 경험 흔치않다고 했다가 두들겨 맞기 ㅋ

저는 1997년 초등학교 입학이었는데도 하번도 채변해본 기억이 없어요 ㅎㅎ 점차적으로 폐지되는 시기였나봅니다

앗 해랑님은 경험이 없으셨군요.
하긴 그때는 이미 대한민국에 회충이 박멸된 시기였을라나요? ^^

소철님 덕분에 크게 웃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에라도 정의 구현하신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 스팀잇서 고백하고
이번 동창회서 고백할까 고민입니다.
당시에 약묵었던 녀석이 있으면
아마도 제가 2차 사게되지 싶습니다 ㅠㅠ

그래도 재미있게 보셨다니 제겐 즐거움 입니다 ^^

"우리반이 제일 많았어요" 상황이 상상이 갑니다.^^

네 지금도 언듯 기억납니다.
예쁜 선생님께서 정말 낙심하신 표정
명색이 최고학교라고 불리는 곳 이었는데 말이죠 ㅠㅠ

이제 동창회가서 고백하고 2차 사야할 것 같습니다. ^^
두드려맞겠죠? ㅠㅠ

어린시절의 추억을 부르는 이야기입니다..

저희는 가위바위보로 한명을 뽑아서 한 사람이 몇 명분의 봉투를 만들어오기도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recode님은 가위바위보 ㅋ
정말 다양한 자신만의 이야기가 댓글로 쏟아져들어와 즐겁습니다.
스팀잇서 드런얘기 하믄 안 되는데 ^^

말로만 들었던 대변검사네요ㅋㅋㅋ 친구분들이 이 글을 꼭 보셨으면좋겠습니다 ㅋㅋ

@acceptkim
아직 고백도 못했는데
저 그러면 동창회에서 제명당합니다 ㅠㅠ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이 생각나네요 ㅎㅎ

이 재밌는걸 이제서야 보다니 ㅋㅋㅋ 32년만의 양심선언 잼나게 봤습니다 ㅋㅋㅋ

재미있게 보아주셨다니
글쓴 사람으로서 감사드립니다.